"아버지! 저희가 아버지의 집을 지었습니다."
왜 집을 지어야 하는지 예전엔 그 뜻을 미처 몰랐습니다.
집은 날개를 접고 발목을 묶는 사슬이라 생각했습니다.
정처 없는 유랑, 떠도는 풍운의 바람 같은 자유를 사랑했습니다.
그러나 어느 날 감았던 눈을 뜨고 날 저무니 비로소 돌아갈 집을 생각했습니다.
먼 곳의 집이 그리웠고 불빛이 환한 그 집의 창이 아름다웠습니다.
긴 여름날 구름같던 나그네 길도 집이 있기에, 돌아가 쉴 집이 있기에
겨울이 와도 춥지 않았고 따뜻한 불빛으로 넉넉했습니다.
이 가을 저희가 그 아름다운 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.
서울의 동북쪽 해 뜨는 마을 불암산 기슭아래 땀과 소망으로 빚은
소금 같은, 순금 같은 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.
세상 어딘가를 길 잃은 양처럼 떠돌다가도 언제나 돌아갈 마음의 집
아버지 불 밝히시고 기다리시는 지극한 사랑과 인식의 집
따뜻한 성찬의 식탁과 용서의 눈물로 늘 문 열어놓고 기다리시는
아버지의 집을...
이제 저희가 여기에 모여 한 세상 풀잎처럼 바위처럼 착하고 힘차게 살아갈 것입니다.
비오고 바람불면 아버지 저희 길 열어 주시고 험한 산 만나면 무거운 짐 맡아 주시리니
받아 주소서, 이 지극한 봉헌.
홍윤숙